『차카게 살자』. 과거 조직 폭력배들이 문신으로 새겨 유명해진 문구다. 윤리의 당위성은 불법을 업으로 삼는 이들마저도 인정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부딪치는 윤리적 딜레마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거래처에서 뇌물을 받는 상사부터 습관적으로 근태 기록을 조작하는 후배에 이르기까지 업무 현장에서 부딪치게 되는 숱한 비윤리적 상황은 우리를 심각한 고민에 빠뜨린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영업사원이 있다. 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우수한 사원이다.
그가 윤리수칙을 어겼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그를 해고해야 할까?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영업사원이 있다. 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우수한 사원이다.
그가 윤리수칙을 어겼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그를 해고해야 할까?
내부고발이 들어오다
목요일 아침, 인도 서부의 가장 큰 제약마케팅회사인 노바칩의 CEO 시드한트는 [긴급] 말머리가 붙은 이메일을 받았다. 노바칩의 지역사무소 영업관리자인 필라이가 보낸 것이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윤리규정 위반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시드한트는 다음 미팅을 취소하고 필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라이의 보고는 뜻밖이었다. “우다이가 고객방문 기록 일부를 조작한 것 같습니다.” 충격적이었다. 우다이는 노바칩의 우수 영업사원 중 한 명이었다. 늘 영업목표를 10~20% 초과 달성했고 지난 5년간 회사의 최고직무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직원이었다. 신입 영업사원들에게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까다롭지 않은 고객들은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따스한 동료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드한트는 필라이에게 물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죠. 저는 평소 대표님이 윤리 위반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시는지 알기에, 이 문제를 즉시 상의하고 싶었습니다.” 필라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5년 전, 인도 내 제약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바칩이 서부 지역 최고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드한트가 초집중한 차별화 전략 때문이었다. ‘윤리적인 제약마케팅 대행사 노바칩’. 바로 노바칩의 슬로건이다. 시드한트는 광고 카피 선정부터 고객응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업 일선에서 윤리적 태도를 견지할 것을 강조해왔다. 필라이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
『아내가 아파서 아내를 도와줘야 해요. 고객방문 시간은 다음에 보충하겠습니다.』
어제 저녁, 필라이가 우다이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다. 필라이는 우다이가 안쓰러웠다. 우다이의 아내가 며칠 전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목표 할당량은 여전히 달성하고 있었지만, 최근 우다이는 몹시 지쳐보였다. 필라이는 우다이의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우다이의 남은 고객방문 횟수를 대신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6월 21일요. 그날은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패한 날이에요. 또렷이 기억합니다. 대다수의 뭄바이 사람들은 월드컵 경기를 본다고 출근하지 않았지만, 저는 일이 밀릴 것 같아서 사무실에 혼자 나와 종일 일했거든요.” 필라이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6월 21일 아침 우다이 역시 경기를 볼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의 일일 보고서에는 그날 오후에 세 명의 의사를 만났다고 써 있었어요. 혹시라도 착오였을까 봐 우다이에게 다시 한 번 해당 주간의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시드한트는 물었다. “우다이가 보고서를 수정해서 보냈나요?” 필라이는 한숨을 쉬었다. “아뇨. 똑같은 보고서를 보냈어요. 정확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그는 대답 대신 엄지를 치켜든 이모티콘을 보냈죠.”
의구심이 생긴 필라이는 우다이의 SNS 기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6월 21일, 우다이는 분명히 집에서 월드컵 경기를 봤다. 필라이는 우다이가 만났다고 보고서에 기록해놓은 세 명의 의사들 중 한 명의 SNS도 확인했다. 그 의사 또한 축구경기를 시청했다. 우다이를 만나지 않은 것이다.
시드한트는 혼란스러웠다. 신뢰는 회사의 근본 사명이다. 우다이의 거짓 보고는 회사의 평판과 문화에 악영향을 줄 뿐더러 직원들 사이에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었다. 시드한트는 윤리경영을 표방해왔다. 언젠가는 부정을 저지른 영업사원을 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심 각오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우다이가 될 줄은 몰랐다. 노바칩의 성공에 우다이의 공헌은 결정적이었다. 그를 대신할 직원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우다이는 우수한 영업사원이었다.
시드한트는 우다이가 거짓 보고한 의사들 중 필라이가 확인하지 않은 다른 한 명의 SNS 계정을 확인했다. 그는 6월 21일에 월드컵 경기장 현장에 있었다. 우다이를 만났을 리 없었다. 시드한트는 분노에 휩싸였다.
“우다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우다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말뿐인 위선자? 가혹한 처벌?
다음날 아침, 시드한트는 인사책임자 바브나와 미팅을 가졌다. 팔라이도 스피커폰을 통해 미팅에 참여했다. 팔라이는 어제 시드한트와 대화를 한 이후 우다이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다이는 그 의사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6월 21일에 만난 것은 아니었다. 우다이는 자신이 거짓 보고를 한 것을 인정했다.
“그를 내보내야 해요. 우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바브나가 말했다. 팔라이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가 막 태어난 상황이잖아요. 경고 조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의사들을 만난 건 사실이잖아요?”
바브나는 스피커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고객방문 날짜를 조작했어요. 이건 심각한 윤리 위반 행위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직원들은 우리 경영진을 위선자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실이 알려지면 고객들도 노바칩을 전처럼 깨끗하다고 보지 않을 겁니다.”
팔라이는 다시 한 번 우다이를 두둔했다.
“이제 막 아버지가 된 동료를 해고하면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볼까요? 게다가 그는 유능한 직원이에요. 수익 측면에서도 타격이 커요.”
바브나가 말했다. 팔라이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가 막 태어난 상황이잖아요. 경고 조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의사들을 만난 건 사실이잖아요?”
바브나는 스피커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고객방문 날짜를 조작했어요. 이건 심각한 윤리 위반 행위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직원들은 우리 경영진을 위선자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실이 알려지면 고객들도 노바칩을 전처럼 깨끗하다고 보지 않을 겁니다.”
팔라이는 다시 한 번 우다이를 두둔했다.
“이제 막 아버지가 된 동료를 해고하면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볼까요? 게다가 그는 유능한 직원이에요. 수익 측면에서도 타격이 커요.”
CEO 시드한트는 점점 더 머리가 아파왔다. 바브나와 팔라이, 두 사람 모두 옳은 것 같았고 동시에 틀린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시드한트는 우다이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심했다. 결론을 내기 전에 우다이와 직접 대화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보내주신 아기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 너머에서 애써 태연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려는 우다이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시드한트 역시 두려웠지만, 본론을 미뤄둘 수는 없었다.
“우다이. 나는 이 일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저 우다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우다이는 시드한트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큰 실수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중압감이 컸어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다이는 말을 이었다.
“저를 본보기로 삼아 해고하시더라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처음이잖아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수는 없을까요?”
전화 너머에서 애써 태연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려는 우다이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시드한트 역시 두려웠지만, 본론을 미뤄둘 수는 없었다.
“우다이. 나는 이 일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저 우다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우다이는 시드한트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큰 실수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중압감이 컸어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다이는 말을 이었다.
“저를 본보기로 삼아 해고하시더라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처음이잖아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수는 없을까요?”
전문가 의견
시드한트는 우다이를 해고해야 할까?
모하메드 이사쿠딘 쿠레시. 마하 리서치 랩 전무이사
모하메드 이사쿠딘 쿠레시. 마하 리서치 랩 전무이사
이 사례는 마하 리서치 랩에서 내가 겪은 일을 토대로 한 것이다. 회사에서 한 직원이 영업활동보고서에 고의로 허위정보를 기재한 일이 있었다. 그는 최우수 직원 중 한 명으로 곧 아버지가 될 사람이었다. 해고당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었다.
나는 더 나은 결정을 위해 아홉 명의 관리자들을 소집했다. 위 사례를 가상의 이야기라고 소개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네 명은 석 달 치 급여를 주고 해고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윤리 위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구성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것을 염려했다. 다른 관리자 다섯 명은 최우수직원이 떠났을 때 회사의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그들은 해당 직원에게 경고하고 징계조치로 6개월간 영업 인센티브를 감봉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그가 다시 위반 행위를 저지를 경우 해고는 물론 퇴직수당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적 합의문을 작성하자고 했다. 또한 그가 기존 고객을 이끌고 경쟁사에 이직하지 못하도록 2년간의 고용계약에 서명하도록 하자고도 했다.
나는 다수인 후자의 결정에 따랐다. 상황이 달랐다면 해고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경우에는 직원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결정했다. 그는 인생의 중대한 시기에 자신을 믿어준 회사에 충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꾸준히 상위 열 명의 우수직원에 들었다. 나는 그를 승진시킬 계획이다.
* 참고 문헌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 2019년 9-10월호 CASE STUDY』에서 발췌 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