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윤리, 기업문화가 되다
문화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해당 사회의 규범, 의사소통, 보상, 위계, 유희, 도덕성 등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바꾸려면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윤리경영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필수전략이 된 오늘날, 조직 내 윤리경영 문화 조성은 우리 기업들이 늘 고민하는 숙제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기업 내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실제 사례들과 이를 기획한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샘플이미지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및 부품 제작 기업이다. 여러 곳에서 납품을 받는 제조사다 보니 협력업체와 소통할 일도 많다. 윤리적인 기업문화는 납품 비리 등의 경영리스크를 막는 안전망인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다 쉽고 효과적인 준법문화의 확산을 위해 상반기에는 ‘컴플라이언스 위크’, 하반기에는 ‘준법실천자의 날’을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상반기 컴플라이언스 위크에는 주로 준법의식을 고취하고 격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매년 6월말에 진행되는 이 행사는, 6월의 June과 준법경영의 '준(遵)'을 따서 부제를 '6월에 떠나는 준(June)법여행'으로 붙이고 부패방지와 하도급 등 업무상 자주 접하는 법률을 주제로 개최되는 ‘찾아가는 준법골든벨’, 부서의 준법실천자나 임원들과 함께 준법 스티커 사진을 촬영하는 ‘With, Compliance‘, 사내 게시판을 톻해 컴플라이언스 팀에게 직접 질문하는 ’준법,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샘플이미지 하반기 ’준법실천자의 날‘ 행사에서는 1년 동안 부서별로 진행한 준법활동 실적들을 평가하고 의지전파상, 최우수준법실천자 시상 등 우수 직원들을 포상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팀 관계자는 윤리경영 문화행사를 기획할 때 특히 어려운 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좋은 아이템으로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과 경영진과 리더들의 관심과 독려를 끌어내는 일이 그것이다. 이중 특히 중요한 지표는 임직원들의 호응과 참여도다. 그러다 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법률지식이나 준법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참신한 상품들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참여한 임직원들이 즐거워해야 다음 행사에도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팀은 윤리경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문화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했다. 품도 많이 들고 고생스럽지만,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즐기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위크를 사내에서만 치르기에는 아쉽다며, 내년에는 해외법인 및 자회사는 물론 협력사에도 전파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샘플이미지 ▪ 한국동서발전 한국동서발전은 여러 발전소들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국민의 높은 윤리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참신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 전개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있었던 인턴사원 윤리청렴 대토론회는 90년대생들이 생각하는 윤리의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중에서 비위 사실 고발 수단에 대한 인턴사원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는 사뭇 인상적이다. 외부신고 채널보다 내부신고 채널을 더 선호한 것이다. 인턴사원들은 그 이유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해시테그를 통해 열린 동서발전을 표현해보는 코너에서는 #갑질처단, #꼰대안녕, #담당자도신고자를몰라 등 Z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 청렴쿠키’라는 청렴 포춘 쿠키 행사도 신선하다. 포춘 쿠키 안에는 청렴문구가 들어있다. 문구는 경영자의 독려부터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문장들이 고루 쓰였다. 상호존중 문화 정착을 위한 두더지 게임, 인형 뽑기 방식의 ‘불편한 호칭&존중호칭 게임’ 또한 딱딱한 위계질서 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다.
샘플이미지 동서발전 관계자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로 ‘취미는 청렴강사’ 프로그램 론칭을 꼽았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내 청렴강사는 현직, 전직 윤리업무 담당자들에게 국한돼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공모제를 실시해 예비 청렴강사를 선정하고 이틀에 걸친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 ‘취미는 청렴강사 1기’가 탄생했다. 자기추천, 모범직원 추천을 통해 발굴된 이들이다. 업무현장에 있었던 이들이 윤리경영 전파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동서발전 윤리준법부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핸드폰에 메모해 두고 PC에 ‘아이디어 뱅크’ 폴더를 만들어 정리해둔다고 귀띔했다. 여차하면 꺼내서 프로그램 기획에 써먹기 위해서다. 관계자는 윤리가 따분하거나 귀찮은 것이 아니라 즐겁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임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며, 윤리경영 확산을 위한 문화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샘플이미지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매해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다. 기업문화 또한 평등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되어 선진 기업문화를 이식받은 영향도 있지만,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발전시켜 정착시킨 배경에는 유한킴벌리 고유의 경영철학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다. 윤리를 매일 생활하는 사무실의 일상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저절로 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장치가 있다.
유한킴벌리는 매월 열리는 임원회의를 가리켜 ‘열린임원회의’라고 부른다. CEO와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에 ‘열린’이라는 말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직원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도록 개방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경영적 의사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공개되어 진행되는 것이다. 업무 일선에 있는 직원들과 방향성을 정하는 임원들이 같은 지식수준으로 일할 수 있을뿐더러,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감도 높아진다.
또 다른 장치로는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이해관계자 위원회’가 있다. 유한킴벌리는 학계, 기업인, 소비자,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을 섭외해 현재 유한킴벌리가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묻는다. 회의는 토론회 형태로 진행되는데, 구성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참여해 위원으로 섭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정해진 대본은 당연히 없다. 자연히 쓴소리도 나온다. CEO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외부인들의 발언을 들을 수 있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CEO 직속 윤리경영 전담 조직 운영, 윤리행동규범 사내 인트라넷 상시 게재, 공정거래 및 부패방지 교육, 외부업체까지 포함된 행동규범 위반 신고채널도 상시 운영 중이다.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 반복적인 교육, 부패예방을 위한 감시채널 등 전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리, 최종적으로는 문화가 되어야
모든 공동체에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좋은 것, 나쁜 것, 금지된 것, 부끄러운 것, 자랑스러운 것, 즐거운 것 등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있다. 문화는 쉽게 주입할 수 없으며 단번에 바꿀 수도 없다. 하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 내 문화 조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지향점을 정하고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화는 사람의 자발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 민족은 특유의 유대감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만큼 문화란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윤리경영이 곧 문화가 될 때 지속가능한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참고자료 리스트는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내 한글파일(PDF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