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회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습니다.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시민과 같이 자기 자신의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가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시민의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기업의 존재의 이유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있으며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의 기업 경영은 환경오염, 양극화 등과 같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주주 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야 하고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기업시민의 이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을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의 어려운 부분에 시혜적으로 나누어주는 것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기업시민경영은 기업이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보상으로 연결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 향상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습니다. 기업시민경영은 기업에서의 혁신과 변화를 의미합니다. 경영자들은 자기 사업에 국한되었던 단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고객, 공급자, 지역사회, 심지어는 경쟁자까지 고려하며 기존의 사업을 재편하거나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단체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전략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 투자기구들은 글로벌 기업들을 ESG(환경ᆞ사회ᆞ지배구조)의 관점에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올해 초에 기후 변화 위험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ESG 위험이 높은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금년도에 2.5조 달러 규모의 ESG 글로벌 투자자산은 10년 후에는 45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각국과 투자기구들은 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정보의 일관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된 글로벌 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0일에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유럽연합과 국제적 기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존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는 별도로 ESG 정보에 대한 글로벌 기준 제정기구를 IFRS 내에 설치하는 제안을 공개했습니다. 현재까지 기업이 다양한 기준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ESG 정보의 작성과 공시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장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들이 기업시민경영, 사회적가치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여 개 기업이 활동 결과를 별도의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아직 체계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기업시민으로서 탄소 및 유해물질 배출관리, 친환경제품 개발, 근로환경 및 인권의 개선, 안전관리, 공정 경쟁, 사회적 공헌 등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