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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01월호

윤리연구소 - 시사톡톡

‘긱(gig) 이코노미’ 선두주자, 우버(Uber)의 위기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공유업체로 출발한 우버는 세계 83개국 674개 도시에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매출액 65억 달러, 순손실 28억 달러, 기업가치 평가액 680억 달러로 세계 1위 스타트업 기업이다. 우버가 제공하는 가장 일반적인 서비스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우버 X’가 있다. 또한, ‘우버 블랙’은 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원이 많거나 짐이 많을 경우에 ‘우버 XL’이 대형 차량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버 풀(POOL)’은 출퇴근길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카풀을 할 수 있게 서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합승서비스다. 그 밖에 ‘우버 이츠(EATS)’는 우버의 배달 서비스로서, 음식 배달 주문자와 음식을 배달하는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되면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2019년 주식 상장 계획이 있던 우버에게 2017년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연초에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잔 파울러가 노골적인 성추행과 성차별이 횡행하는 막장 같은 우버의 사내 문화를 폭로하면서 악재가 시작되었다. 또 연말에는 레바논 주재 영국대사관 여직원 다이크스가 수도 베이루트에서 우버 택시 운전기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버 서비스의 고객 안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CEO 사퇴로 이어진 사내 성추문

파울러는 블로그에 “소속 팀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사부에 내부고발 했지만 관리자가 잘못된 사내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을 다른 팀으로 이동시켰다.”는 글을 게재했다. 인사부의 다음 반응은 그녀에게 심한 충격을 주었다. “이런 문제가 보고된 게 처음이고, 우리 회사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직원이다. 말썽이 생기는 걸 원치 않으니, 한번 참고 넘어가면 좋겠다.” 또한, 그녀는 다른 팀에서 일하거나 낮은 업무평가를 받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폭로 이후 해당 사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언론들은 우버 기업문화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으며, 적잖은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우버는 215건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대대적인 내부 조사를 벌여 20명 이상을 해고 조치했다.

우버 CEO 칼라닉은 반(反)이민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자문위원을 맡아 비판을 받던 차에 사내 성 추문사건이 터지면서 그 칼끝은 CEO를 향했다. 그리고 마케팅, 재무, 커뮤니케이션, AI 랩 담당 책임자들이 줄줄이 CEO의 리더십을 비판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또한, 성 추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칼라닉이 1만2000명을 마음대로 고용할 정도로 과도한 인사권을 가진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우버 이사 허핑턴은 “칼라닉은 글로벌 리더에 걸맞은 품격을 가져야 한다”면서 CEO의 경영자질을 지적했고, 결국 익스피디아 CEO를 역임한 코스로샤히를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해킹 스캔들에 시달리는 우버

2016년 10월 우버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전 세계 사용자 5천만 명과 운전기사 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해커가 훔쳐간 정보에는 5,700만 명의 이름과 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으며, 심지어 60만 개의 미국 운전면허번호도 들어있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우버는 이 사태를 알리고 사과하기는커녕, 해커들에게 10만 달러를 건네고 1년 동안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이번 사건은 우버의 정보보호정책과 윤리의식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며, “해킹 사실을 은폐한 것이 확인되면 더 무거운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초 미국,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등지에서 단속경찰관을 식별하고 피할 수 있는 불법 소프트웨어 '그레이 볼'을 이용해 영업한 사실이 드러나 SNS를 중심으로 ‘우버 지우기(#delete uber)’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됐다. 사내 성 추문에 이어 기업의 도덕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경쟁사를 의식한 치졸한 방해 공작과 기술 절도

2014년 우버 직원들은 경쟁사인 리프트와 게트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방해 공작을 펼쳤다. 경쟁사 차량을 호출한 후 취소하는 반복 작업을 진행해 고객들이 대도시에서 경쟁사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했다. 또한, 우버 직원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경쟁사 차량에 탄 후 운전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우버로 갈아탈 것을 종용했다.

칼라닉은 우버의 미래가 자율주행차에 있다고 생각하고 자회사 오토를 설립하여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핵심 엔지니어 레반도스키를 오토에 영입했는데, 그가 퇴사하면서 자율주행 핵심 기술 1만 4000건과 9.7GB의 데이터를 빼돌렸다. 이에 웨이모는 우버와 오토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버와 오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우버가 웨이모의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고의로 웨이모 엔지니어를 고용한 정황이 인정된다며 웨이모 기술사용의 중단과 해당 문서의 반환을 명령했다. 한편, 2017년 3월 우버는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도중 사고를 일으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재개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

우버는 디지털서비스가 아닌, 운송서비스 사업자

“우버는 택시가 아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과 승객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우버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는 “우버가 제공하는 중개 서비스는 디지털서비스가 아닌 운송서비스이기 때문에, EU 회원국은 우버 서비스가 EU 법령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조건을 규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판결은 EU 회원국이 우버를 일반 택시 회사처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의미가 있다.

영국 런던 고용재판소 항소부는 우버에 고용된 운전기사는 자영업자가 아닌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종업원이라며 그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휴일 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버가 운송사업자로 규제를 받는 순간, 당국으로부터 면허를 받고 등록된 운전기사에게 여러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 지금까지 우버 운전기사처럼 단기 계약직은 업무상 재해를 보상받을 길이 마땅치 않았고 휴가나 병가도 없어서 노동 착취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우버를 통해 본 ‘긱 이코노미’의 미래

‘임시로 하는 일’ 또는 ‘공연’을 뜻하는 ‘긱(gig)’이란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로 섭외한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고 사례비를 받은 데서 유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용어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기 프로젝트’로 고용계약을 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긱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하는 행태를 일컫는 신조어가 됐다.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임시고용 형태를 확산시키며 전통적인 일자리 개념 역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 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5억4000만 명 정도가 단기 일자리를 통해 실업기간 단축이나 추가소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육아와 일,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정규직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주축인 긱 이코노미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긱 이코노미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새롭게 제기될 불안정 노동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우버 사태를 통해 본 기업문화의 중요성

우버 운전기사들의 범죄행위가 계속 발생하자, 운전기사 고용 과정에서 이력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버는 공공안전과 관련한 많은 사안에서 기업 책임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구조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나쁜 기업문화를 가진 우버에게 애초에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우버는 실력이 뛰어난 직원을 우대하는 ‘실력주의’로 성장해왔지만, ‘실력’만 있다면 그 직원의 태도는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문화를 리드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윤리경영 의식이 평균 이하라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버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인 것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