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핵심국가들은 기업가정신을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그 함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생애주기별 평생학습과정으로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유럽도 2006년 “유럽의 기업가정신 교육: 교육과 학습을 통한 기업가정신 진흥”을 의제로 채택한 오슬로 선언에 따라 EU 각국이 교육을 통한 기업가정신 함양을 결의한 상태다. 한국도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정규 과목으로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OECD는 2011년부터 매년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보고서’를 발간하여 OECD 회원국 및 기타국가의 기업가정신 및 기업 활동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보고서의 세부 항목은 △기업인력 구조와 성과, △기업규모별 생산성, △기업 역동성 및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 국제 교역, △성별 기업가정신, △벤처캐피탈 투자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적 동향은 창업이 계속 증가하여 OECD 다수 국가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다. 또한, 기업 파산 추세도 개선되어 2016년 말에 기업파산 건수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었다. 많은 OECD 국가에서 파트타임의 자기고용(self-employment)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는 긱(gig) 이코노미 출현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반영한 것이다.
OECD 국가에서 창업은 서비스 부문에 집중되어 있고, 2014년 기준 서비스부문 신생기업이 전체 일자리 창출의 2/3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조업 부문 신생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15% 미만이었고, 2008∼2014년 사이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룩셈부르크와 독일을 제외한 모든 OECD 국가에서 하락했다. 250명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은 전체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평균적으로 제조업 고용의 약 40%, 서비스업 고용의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은 국가별로 매우 달라, 멕시코(76%)는 이탈리아(33%)보다 2배가 넘는다. 제조업 부문에서 대기업은 전체 부가가치 창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 및 자본 집중적인 생산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해준다. 중소기업은 서비스업에서 전체 부가가치의 60%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국가별 및 부문별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격차는 서비스 부문이 제조업 대비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서비스 부문에서 중규모(50∼249명)의 기업이 틈새시장, 높은 브랜드 인지도, 높은 지적 재산권 관련 활동 및 ICT의 집중 활용을 통해 대기업 생산성을 능가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대부분 생산성 격차가 클수록 임금 격차도 커진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대기업은 중규모 기업의 50% 이상, 소기업(0∼49명) 및 초소기업(10명 미만)의 2배 이상의 임금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제조업 부문은 대기업이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 부문 활동이 성장하면 전체 경제에서 임금 분포도의 크기를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성은 서비스 부문의 스타트업 참여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서비스 기업 활동이 커지는 것이 성별 불평등 감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지난 10년간 남녀 자기고용 비율의 격차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성별 격차는 크게 존재한다. OECD 국가의 경우 전체 여성 고용 대비 여성 자기고용 비율이 약 10%로, 남성의 자기고용 비율(17%)의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여성 자기고용 비율이 14%로 OECD 평균보다 높았고,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멕시코·칠레·그리스(각 23%), 브라질(19%), 이탈리아(16%) 등 5개국이었다.
여성은 기업 활동과 미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전망 등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한편, 여성 기업인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기업경영과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는 반면, 남성 기업인은 다른 기업인으로부터 학습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일반적인 추세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자기고용의 증가이다. 지난 10년간 그 수가 현저하게 증가했으며, 이는 긱 이코노미가 마련한 새로운 기회, 즉 정규직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유연한 고용형태의 증가 현상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긱 이코노미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긱 이코노미 참여자가 소규모의 기업가일 수도 있지만, 기업 활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지지 않고 불안정 노동자로서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긱 이코노미가 제공하는 유연성은 정규직 고용과는 정반대로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인들이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자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질 높은 기업 활동을 보완하기보다는 질 낮은 기업 활동의 대체재로 작동하는 경우에 전체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이 도전정신, 혁신성, 리더십, 가치 지향성 등을 중심으로 새롭게 긱 이코노미에 자리 잡지 않으면 앞으로 긱 노동자들은 사회적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인데, 이번 조사 결과 실제 대기업의 고용 비율은 12.8%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대기업의 고용 비율이 11.6%인 그리스 다음으로 낮은 것이다. 대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6%인 점을 감안하면 고용 비율이 얼마나 저조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한국의 경우, 10~19명이 일하는 사업장의 노동자 임금은 대기업의 41.3%에 그쳤다. 조사대상국 중 멕시코(38.2%)를 제외하고 격차가 가장 컸고,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70%대)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특히 대기업의 고용 비율이 낮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것이 한국경제의 특징이다. 즉, 대기업의 성장과실이 노동자와 사회로 잘 환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자기고용 비율이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줄었지만, OECD 국가 중에서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전체 남성고용에서 차지하는 남성 자기고용 비율은 26%로 OECD 평균(17%)보다 크게 높았다. 이는 조사대상국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34%)와 브라질(30%)뿐이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고, 성장은 하지만 고용은 없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핵심전략으로 양적 성장을 중시하면서 대기업 지원에 집중했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불합리한 원·하청 관계에 시달리면서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 내수 진작이나 대기업 위주의 수출 불균형이 야기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재교육이나 사회보장체계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대기업들의 불법 행동은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제라도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업가의 바람직한 역할을 청소년 시절부터 체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해야한다. 창업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창의성, 진취성, 자기 주도 학습능력, 문제해결 능력, 사회협력 자질 등 비즈니스의 기본 조건들을 갖출 수 있게 재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