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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01월호

사례돋보기

나쁜 기업과 착한 기업의 기로에 서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은 자본의 실체인 기업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주주들을 위한 재무적 성장만이 아닌 친환경, 고용, 사회문제 해결 등 공동체 전체를 위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불을 붙이듯, SNS 여론은 착한 기업을 칭찬할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들을 낱낱이 파헤쳐 공론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나쁜 기업이 될 지, 착한 기업이 될 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나쁜 기업’과 ‘착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모럴 해저드가 불러온 거대 기업들의 파산

방만 경영은 세계 굴지의 대기업도,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국영기업도 파산에 이르게 한다. 파산한 지 딱 10년 째가 된 리먼 브라더스의 모럴 해저드*는 현재의 뉴 노멀을 파생시킨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만들었고, 중국 최대의 변압기 생산업체도 한 순간에 무너뜨리게 되었다. 올바른 경영은 윤리적 관점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하는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를 의미하며 시장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하는 걸 뜻한다.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 사태

2008년 9월, 150년 역사를 가진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현대 자본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리먼 사태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로 모럴 해저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리먼 브라더스는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줬다. 만일 대출을 받은 미국인들이 실수요만큼만 집을 샀다면, 적어도 전 세계 시장을 얼어붙게 한 금융위기로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는 수익을 위해 집값 상환과 연동된 금융상품까지 판매했다. 집이 팔리지 않자 채무자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연결되어있던 금융상품 구매자들 역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금융기관과 건설회사, 대출자, 금융상품 구매자들은 부동산 경기가 버블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결국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기심이 모여 공동체 전체를 무너뜨린 셈이다.

방만 경영, 거대 국영기업의 파산



중국의 국가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구조다. 공산당 체제이면서도 시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망 있는 시장에는 어김없이 국영기업이 있다. 국내 공기업 역시 적자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한다거나 수익이 묘연해 보이는 사업에 투자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적발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잦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4월, 중국 최대의 변압기 생산업체였던 바오딩티엔웨이가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의 경영난은 연달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모델과 공급과잉도 주요 원인 중 하나였지만, 결정타는 투자 손실이었다. 바오딩티엔웨이의 경우, 대체 에너지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채권 이자를 갚을 자금이 바닥나게 된 것이다.

개인에게 투자란 고위험의 자산 증식 방법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고민하고 따져본 이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그것도 나랏돈이 들어가는 국영기업의 투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촘촘한 감시의 시선에서 벗어나 눈먼 돈이 되어 국영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지속 성장

자사의 핵심역량을 활용한 사회공헌은 기업의 핵심가치와 연결되며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성을 보여주게 된다. 청소 장비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은 할 수 없는 문화재 청소를 30년이 넘도록 유지해 온 기업, 나무를 가장 많이 베는 기업의 나무심기 캠페인 등은 단순하게 장학재단을 설립해 기부하거나 소외계층을 돕는 등의 형태에서 벗어나 핵심역량을 통해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33년간 지속해온 문화재 클리닝, 독일의 카처

카처(KARCHER)는 올해로 설립 83주년을 맞는 독일의 청소 장비 기업이다. 클리닝 업계의 살아있는 클래식인 셈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사뭇 특별한 동시에 글로벌하다. 전 세계 80여 곳의 문화유산 및 랜드마크를 세척하는 클리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역사는 짧게는 수백 년부터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른다. 당연히 청소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청소해야 할 문화유산의 재질에 따라 청소 기법, 도구, 약품 등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높이 38미터, 양팔 너비 28미터, 무게는 무려 1,145톤에 이른다. 특수 장비 없이는 클리닝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카처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으로 이 예수상을 10년에 한 번씩 청소해주고 있다. 이것은 곧 카처 같은 전문 기업이 아닌 이상 문화유산의 정기적인 클리닝 및 관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처는 기업 고유의 노하우를 통해 전 세계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존경 받는 기업, 유한킴벌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기업 순위를 묻는다면 단연 첫손에 꼽힐 기업이 있다. 바로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다. 80년대 고속 성장 시기를 거치면서 사막화된 우리 숲의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주도로 진행해야 할 국토 복원 사업을 영리 기업이 실천한 것이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투입되는 비용은 미리 예산을 정해 놓지 않고 곽티슈의 대명사인 ‘크리넥스’ 매출 1%로 정해진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만큼 숲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필수적으로 나무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유한킴벌리의 핵심 비즈니스와도 맞닿아 있다. 펄프 및 종이 제품 제조기업인 유한킴벌리로서는, 숲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해감과 동시에 전국적인 공익 캠페인을 펼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한다는 명성까지 얻게 된 것이다.

최근 유한킴벌리는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기조로 유아용 기저귀 시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복지의 대상인 수동적 고령층이 액티브 시니어로 바뀐다면, 사회 복지 비용의 감소 등 고령화가 야기하는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고령층이 사회의 생산주체로 바뀌므로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제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시니어 인력 채용에 필요한 비용, 전문가 컨설팅, 판로 개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 기업과 이들의 고객이 될 시니어들을 적극 지원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신규 사업은 중소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함축된 것이다.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

원하든, 원치 않든 뉴 노멀 시대의 경제는 저성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숙명은 성장인 만큼 올바른 경영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단연 윤리경영이다. 뉴 노멀은 단순히 저성장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고도화된 IT기술은 정보의 평준화를 이루었고 SNS 여론은 확대, 재생산되어 공중파 뉴스로까지 속속 보도되고 있다. 눈앞의 단기 수익만을 노리고 ‘꼼수’를 부렸다가는 삽시간에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전 국민의 뭇매를 맞게 되는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업하기 어려워진 것만은 아니다. 선진적인 직원 복지, 진심어린 사회공헌 등을 실천하는 기업에,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한다. 이들은 단순히 호감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마케팅까지 실천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 또한 한정된 자원을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소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기업윤리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경영전략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