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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1월호

윤리it수다

다시 돌아보는 2016

언제나 그렇듯 2016년에도 기업의 윤리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다국적기업의 고객 기만부터 일개 기업의 갑질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지는 사건 몇 가지를 뽑아보았다.

반부패

윤리경영의 필수 요소 반부패. 그러나 올해도 국내외에서 반부패와 관련한 사건이 여럿 발생하였다. 전 세계 규모의 조세피난처가 드러나 큰 충격을 주는가 하면 국내에선 청렴문화를 위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등 극과 극을 달리는 한 해였다.

파나마 페이퍼스
페이퍼 컴퍼니가 즐비한 파나마 지협

2016년 4월,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연결하는 대운하로 유명한 작은 지협 하나가 주목 받았다. 그곳은 바로 ‘파나마’.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국가다.

2015년, 독일 뮌헨에 있는 신문사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존 도’라는 제보자로부터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사업기록이 담긴 자료를 전달 받았다. 1977년부터 2015년까지의 엄청난 양이었다. 이 자료는 곧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로 넘어갔고, ICIJ는 ‘파나마 페이퍼스’라는 이름으로 이 자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세계 각국의 유명인, 정치인, 공직자 등의 조세피난에 관련된 이 자료는 무려 2.6TB에 달했다. 이 자료가 전 세계인에게 강한 충격을 준 가장 큰 이유는 전무후무한 수준의 자료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현직 세계지도자, 인기 있는 유명 연예인 등 명망 있던 사람들의 조세회피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었던 아이슬란드의 총리는 국민들의 압박 속에 사임하기에 이르렀고, 메시, 성룡, 엠마 왓슨 등 유명인들도 서둘러 입장을 설명하거나 사과를 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파나마 페이퍼스 속에는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만 195명에 달했으며, 해외 주소를 기재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인의 경우 역시 기업인들의 비중이 컸으며,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은 물론, 중소기업 대표, IT업계의 유명인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파나마페이퍼스의 자료에 나온 이름들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람들의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자체로 불법이라거나 잘못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합법의 영역이고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사안이기 때문에 파나마페이퍼스에서 거론된 이름들이 이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이슈가 저면에 가라앉았고, 별다른 해명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국민의 주목이 없었단 이유로 잘못을 덮고 넘어가는 기업이라면 훗날 이 사건이 재조명되었을 때, 다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2016년 9월 28일, 초미의 관심 속에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자등과 국민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며, 많은 우려와 기대가 혼재되었다. 지금까지도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대한 관행을 개선하는 타개책이 될 것이란 의견과 반대로 시장경제를 위축 시키고 정을 훼손시켜 각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행정연구원 측은 “법 시행 이후 해석상 혼란, 일부 직종의 불편, 일부 업종의 매출 감소 등 부작용은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할 대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실제로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하는 비율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15년 3월)에는 58%였다가 시행령 입법예고 후(16년 5월)에는 66%로, 법 시행 직후(16년 10월)에는 71%로 집계되었고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난 12월 조사에서는 8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권위주의

‘갑질’이 가장 이슈가 되었던 건 지난 2014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우리 사회 속에는 여전히 권위주의로 인한 부조리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CEO나 그 가족들의 갑질은 고객의 갑질과 함께 매년 수차례의 이슈로 뉴스를 장식한다. 개인도, 조직도 상대를 단순한 ‘을’로만 본다면 갑질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M사 회장 경비원 폭행

M사의 회장은 개점을 앞둔 자사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왔다가 건물의 문이 잠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회장일행은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식당으로 돌아갔다. 몇 분 만에 도착한 경비원이 와서 문을 열어 준 후 사과를 하기 위해 M사 직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갔고, 곧 경찰에 폭행신고가 들어왔다. 폭행을 당했다는 경비원의 주장과 달리 M사는 “언쟁과 어깨를 잡아끄는 행동은 있었으나 얼굴을 때리는 등의 일방적인 폭행은 없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M사 회장이 경비원의 멱살을 잡고 목과 턱 사이를 두 차례 때린 것이 확인되었다. M사는 급히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이 그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의 문구만 담겨 있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결국, 회장이 직접 경비원을 찾아가 사과를 건네고 나서야 두 사람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M사의 회장은 폭행죄에 대한 처벌은 면했으나, 상해죄가 적용되어 결국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 되었다.

젊은 나이에 희망퇴직?

지난 7월, T사에서는 지역사업부 직원 170여명에게 희망퇴직을 접수받는다는 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이 지역사업부 직원 중 절반이상이 20~30대 직원이며, 권고 메일을 받은 이 중 5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3개월도 안 된 신입사원이란 사실이었다. 직원들은 ‘블라인드’라는 SNS를 통해 “근무한지 6개월도 못 채운 직원들은 왜 뽑은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T사에서는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하는데, 신입사원이란 이유로 이들을 대상자에서 빼버리면 위로금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형평성을 생각해 권고 메일을 전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곧 면담을 통해 신입사원들은 희망퇴직 명단에서 제외하였으며,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지역사업부 직원들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 이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혀 청년층의 취업난을 이해하지 못하는 T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T사의 젊은 사원에 대한 희망퇴직 논란으로 지난 해 말 있었던 D사의 희망퇴직 권고도 다시 주목 받게 되었다. D사 역시 입사 1~2년차의 20대 직원들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퇴직 신청을 강요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특혜

정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가장 뿌리 뽑기 어려운 것이 지연·혈연·학연 등에 의한 특혜이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도, 중국도 특정인에 대한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JP모건, 중국 태자당 특채 의혹
제이피 모건사 앞에 태자당 들의 사원증이 걸려 있다.

중국의 태자당(太子黨)은 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로, 이들 태자당에 대한 특혜는 과거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꽌시란 이름의 인맥중심 문화를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이득을 보기 위해 글로벌 기업에서 태자당을 특채로 채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역시 2013년, 태자당 특채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JP모건이 있는 미국의 경우 FCPA에 의해서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특혜 역시 포함)을 주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 때문에 JP모건은 계속 FBI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조사는 2016년에 들어서야 JP모건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정리되는 듯 했다. 이 사건으로 JP모건은 약 2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2016년 9월,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에서 본 사건에 대한 새로운 혐의점을 제시하면서 JP모건은 다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조사가 이어지게 되었고, 11월이 되어서야 최종적으로 2억 6,4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짓게 되었다.

고객기만

기업에게 있어 고객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심지어 그 책임까지도 회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2016년, 괴담으로 떠돌던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 12월 23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만 5312명. 주로 아이를 위해, 아픈 가족을 위해, 더 깨끗하게 가습기를 쓰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4월 18일, L사와 H사를 선두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던 회사들이 차례차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검찰조사에 대한 압박이 시작된 다음이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해외기업은 최대한 잘못을 부인하다가 21일에야 사과문을 발송했지만 검찰조사에 조작된 실험 자료를 제출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 속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이슈가 높아졌다. 가장 만을 피해자를 낸 해외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문제가 되었던 PHMG, PGH, PHMB 등이 들어간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에도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우리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 우리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사건·사고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사건이 던지는 작은 메시지와 개선점을 잘 수용하지 못하면 이후, 더 큰 이슈로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은 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