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그의 저서 『리믹스』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인 공유경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않는 재화나 지식·경험·시간 등의 유·무형 자원을 서로 대여 및 교환함으로써 거래참여자가 적정이윤과 편리함을 얻는 경제활동방식을 말한다. 모바일 앱과 같은 온라인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 간 P2P 방식으로 공유자원 거래가 이루어지며, 거래성사에 따른 중개 수수료나 플랫폼 이용료 형태의 수익을 취하는 구조이다. 익명의 타인을 검증할 수 있는 평판시스템 속에서 상호 대여 또는 교환할 수 있는 여분의 자원 공유를 통해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경제를 가능케 하는 핵심요소이다.
미래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는 타임지의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급격하게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소비와 생산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소비 형태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대명사는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다. 특히 우버화(Uberization)는 기존 산업을 ‘공유경제화’한다는 의미를 대신하는 표현으로 통용된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세계석학들은 곧 찾아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비즈니스 중 하나가 이 공유경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우버는 2010년 트래비스 칼라닉이 창업하여 1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대표적 자동차기업 GM·포드보다 높은 63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기업공개(IPO)를 거론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칼라닉은 파리에서 개최된 IT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도중 택시를 30분 이상 잡지 못한 불편한 경험을 하였고 곧바로 택시 예약 시스템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우버를 탄생시켰다. 기존 택시 서비스는 택시사업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우버는 택시 사업을 자동차와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자신의 자동차와 운전 기술로 다른 사람을 태워주고 수익을 얻는, 즉 자신의 차와 기술을 공유하여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 에어비앤비는 255억 달러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보다 월등히 높은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어비앤비는 집이나 방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공간을 민박집으로 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렌트카 시장에도 자신의 자동차를 쓰지 않을 때 타인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쏘카 또는 그린카와 같은 업체의 카 쉐어링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금액 및 금리를 제시하면 이에 맞춰 현금을 가진 사람이 자금을 제공하는 사업방식이다. 그 밖에도 ‘틴더(데이팅)’, ‘저스트잇(음식주문)’, ‘위키피디아(온라인백과사전)’, ‘이노센티브(공동연구개발플랫폼)’ 등 대표적인 공유경제 스타트업 기업들이 존재한다.
공유경제 전문가 레이첼 보츠먼은 “공유경제 서비스는 SNS를 활용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미국인의 약 40%가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협력적 공유사회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무료에 가까운 재화 및 서비스”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협력적 공유경제가 이미, 프로슈머(직접 생산하는 소비자), 3D 프린팅, P2P 네트워크,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대안화폐, 재생에너지, 비영리부문을 통해 우리 경제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리프킨은 공유경제가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예찬했다.
미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바의 경영진과 러시아 사업부 임직원들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코파손(Copaxone)의 러시아 정부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 고위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한다. 매수된 관리는 2010~2012년 6,500만 달러의 해당약품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러한 공무원 매수행위가 우크라이나에서 2001~2011년 테바의 의약품 승인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공유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논쟁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우버화가 가져오는 문제는 기존사업과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피해를 입는 사람도 늘어나는데, 실제 우버의 '유사택시' 영업으로 고통 받는 택시기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공유경제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금문제인데, 일반 개인택시나 회사택시의 경우 면허세, 자동차세 등을 지불하지만 우버는 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 불공정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공유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업에 안정적으로 고용된 게 아니라 자유 계약직이기 때문에, 연금·세금·보험 등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노동시장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노동부장관을 지낸 버클리 대학 경제학과 교수 로버드 라이시는 공유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부스러기’(scraps)를 나누는 경제로서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시킬 것이라고 했다. 큰돈은 플랫폼 제공기업이 독차지하고 그곳에서 실제 일하는 노동자는 푼돈만 챙길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우버 택시인데 여기 고용되어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는 정규직원이 1,500명에 불과하고, 기업복지 등의 혜택은커녕 우버 택시로 사고를 내면 고스란히 그 책임이 운전자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한다.
영국 우버의 경우 운전자 19명이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노동법 소송에 착수해서 최저임금 보장뿐 아니라 휴가급여와 병가급여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우버는 런던의 소속 기사 3만 명은 자영업자이며 근로형태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공유경제에서는 수요부진 리스크가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전가된다. 수요가 없을 때 계약자는 어떤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이익을 공유할 수 없다. 공유경제가 고용증가라는 바람직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어떤 경우 무늬만 자영업자들을 양산해 착취의 대상이 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공유경제 기업의 상황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극히 낮은 인건비에 편승해 고속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공유경제 서비스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기존 상거래 질서나 기업책임을 깡그리 무시한 채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것은 기업윤리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의 베네피트기업(Benefit Corporation)이란 '이윤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행하는 기업'으로서 정관에 이 내용이 명시되어야 하고, 백서를 통해 사회적 기여 활동을 발표해야 하며 독립된 인증기관으로부터 그 내용을 인증 받아야 한다.
세계적인 비영리단체 비랩(B-Lab)은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환경적 수행능력, 기업 운영시스템과 회계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사회적 책임 수행 정도를 평가하고 ‘착한 기업’으로 공식 인정해주는 B-코퍼레이션 인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인증과정은 비랩에서 제공하는 B-임팩트 평가시스템의 180여 개 질문을 거쳐 영어로 진행되는 영상 인터뷰, 직원들의 근로환경과 환경친화성, 기업의 방향성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인증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효력 유지를 위한 감사를 매년 실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윤리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평가가 단순히 제품으로만 평가했던 방식에서 윤리지표들을 통한 총체적인 평가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기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종합성적표가 중요하고 B-코퍼레이션 인증제도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제품생산협동조합 캐벗 크리머리는 사회 및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2012년까지 캐벗 크리머리는 지속가능 이니셔티브를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외부 인증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소매 파트너사의 지속가능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자 B-코퍼레이션 인증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 기업으로서 브랜드 명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수 있었다.
현명한 소비자는 기업 브랜드의 사회적 및 환경적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만으로 소비자 신뢰 및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고, 의지를 확실하게 입증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진짜’ 좋은 회사와 그저 좋은 ‘마케팅 수단’을 구분할만한 명확한 기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겉과 속이 다른 기업과 진짜 좋은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신뢰를 갖고 특정 브랜드를 계속 소비 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에 보다 영향력 있는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리고 정부기관은 좋은 기업들이 세계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할 수 있다.
페처(Fetzer)는 캘리포니아의 최고 와인 브랜드로 매년 약 4백만 상자의 와인을 생산한다. 현재 페처는 모든 포도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캘리포니아 유기농업 인증기관'이 공인한 최대의 유기농 포도재배업체이다. 페처는 환경보호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직원 복지 프로그램,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 지역 기업들과의 질적 향상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와인 제조업체로는 최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병마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공장과 방문객 센터 내의 설비 가동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페처의 CEO 지안카를로 비안체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B-코퍼레이션이 자신들의 투명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B-코퍼레이션 인증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비즈니스 리더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업계의 지속가능한 관행을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과거 경제적 이윤과 주주 이익만이 기업경영의 최고 가치였던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페처와 같은 기업시민의 실천과 분명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집중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지역공동체 및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생활을 변화시킨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착한 기업을 원하고, 신뢰할만한 착한 기업 인증 제도를 필요로 한다.
공유경제가 이슈화된 배경에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이나 기술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상호 신뢰, 공공성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그간 공유경제가 얼마나 성장가능성이 높은지 경제적 수익을 강조해왔다면 이제부터는 공유경제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가치인지 따져보는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공유경제 참여기업도 B-코퍼레이션 인증과 같은 사회적 책임 평가 기준을 충족시켜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가 단순히 참여자들의 편리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윤리경영의 매뉴얼을 벗어나기 쉽다. 편리함에서 시작한 공유경제가 몇몇 유력 기업 CEO들의 경제적 이익만 보장하는 플랫폼경제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편리함을 넘어서는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실천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공유경제도 시작부터 윤리경영과 함께 나아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