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해관계자인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비대칭 상황을 이용해 부당하게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숨기거나 왜곡해서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회사 경영상황이 심각한데도 숨기고 외부에서 유리하게 자원을 조달하는 행위가 예이다. 둘째는 상대가 자신을 관찰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업무과정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활용해 근무시간에 개인적 용무를 보는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즉 도덕적 해이는 개인의 근무태도 같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기업이 주주나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은 큰 행동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공공기관의 장이 국민들이 자신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도덕적 해이다.
도덕적 해이는 기업은 물론 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발생시키게 된다. 성과평가에서 불리한 정보는 숨기기 때문에 회계나 인사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자기 부서 생산물의 불량을 감추므로 생산 활동이 타격을 입게 되며, 기업 내부의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된다. 조직의 기본인 업무 분장이나 위임도 조직목적 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불가능해진다.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가 되더라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해 기업은 망하는데 경영진은 부자가 되는 현상도 도덕적 해이 때문에 발생한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 때문에 상대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모든 기회주의적 가능성에 대비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상세한 계약서를 매 거래마다 작성해야 하므로 경제활동의 효율성이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도덕적 해이의 극복에는 다음 3단계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도덕적 해이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 부정은 도덕적 해이로 이해하지만 소액의 공금처리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는 액수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 관련 정보와 행동의 일관성이 관건이다. 글로벌 보험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한 직원이 워크숍을 준비하다 원래 예산안에서 남은 다과비를 음료비로 대체해서 사용했는데 몇천 원 단위의 소액이어서 보고는 원래 예산안 그대로 집행한 것으로 했다. 그런데 감사팀에서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가 서류에 표기되지 않으면 액수나 의도에 상관없이 부정이라고 중징계했다.
둘째, 도덕적 해이의 극복을 위해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엄청난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 또한 모든 사람의 행동이 항상 감시받는 사회는 윤리적인 이상향이 아니라 360도 모든 방향에서 항상 감시가 가능한 완벽한 감옥인 파놉티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의 바람직한 극복방안은 구성원들의 자율적 윤리의식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적발되는 경우에 대한 강한 사후적 제재를 결합하는 선진국형 접근일 것이다.
셋째, 신뢰기반 사회의 정착이 도덕적 해이 극복의 궁극적 답이다. 구성원들을 잠재적 도덕적 해이자로 보고 철저하게 감시 통제하면 오히려 기회가 오면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는 불신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반면, 구성원들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믿고 감시 없이 맡겨놓으면 궁극적으로는 알아서 정직하게 행동하는 신뢰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제도설계에서 신뢰의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신뢰기반 조직과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 극복의 궁극적 해결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