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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5월호

윤리연구소 - 보고서 리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수준 측정 및 영향요인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체크하는 담당자

공공기관은 도덕적 해이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조직 활동에서는 개인적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조직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무가 최고의 덕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적업무를 빙자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꾀하는 공공기관의 ‘차공제사’(借公濟私) 행위가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조직에서 대놓고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며 조직 활동 중에 교묘하게 개인적 일탈행위를 끼워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무엇인지, 도덕적 해이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수준 측정 및 영향요인 분석」(하혜수 외, 2015. 12)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742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우리의 도덕적 해이 수준을 연구한 중요한 보고서이다.

도덕적 해이의 여섯 가지 특징

흔히 관료들의 사익추구 행태로 정의되는 도덕적 해이는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 도덕적 해이는 여섯 가지 특징이 있다.

➀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는 행위에 한정되며, 법률 위반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적발과 입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➁도덕적 일탈행위와도 차이가 있어 사적 영역에서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는 제외된다. ➂조직의 큰 틀에 어긋나는 의도적·적극적인 자신의 이익실현 행위가 포함된다. 예를 들면 부서 이기주의로 예산을 과잉 신청해서 낭비하는 행위, 개인의 보수나 승진을 중시한 나머지 조직의 성과나 협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➃사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효율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방만경영 행태가 포함된다. 근무시간 중 사적 업무 수행, 예산절감 노력부족, 매출액과 무관한 성과급 지급 등을 들 수 있다. ➄위험이 따르지만 실적이 기대되는 신규업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소극적 행위의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의 마인드는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➅결정을 내리고 책임지기보다는 상급기관에 결정을 미루고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행동방식을 취한다.

도덕적 해이를 이해하는 방식

도덕적 해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여러 이론적 논의가 존재하는데, 이 연구 논문은 크게 네 가지 이론으로 분류하고 있다.
➀공공선택이론: 정부가 공공재(또는 공공서비스)의 공급이나 조세정책을 투표(공공의 선택)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종사자(정치인과 공무원)나 국민 모두가 개인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전체 공익보다는 소속기관의 이익을 중시하여 팽창예산을 지지할 수 있고, 조직 전체의 성과나 이익보다는 개인이나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할 수 있으며, 국민들도 적은 조세 부담으로 많은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➁주인-대리인 이론: 주인과 대리인의 목표가 다를 때, 대리인의 실제 행동을 감시·감독하기 어려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때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 공공기관에서 대리인 문제는 실질적으로 주인(국민)-위임자(정부)-대리인(공기업) 관계에서 발생한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주인(국민)의 감시를 피할 수 있어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기 쉽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방만경영으로 흐를 위험이 도사린다는 것이다.

➂연성예산제약이론: 예산이 지출에 대해 엄격한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 연성예산제약이며, 적자가 발생하는 국영기업 등이 협상이나 로비를 통해 정부지원을 계속 받기 때문에 최적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가격변화에 둔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재정운영에서 비효율성을 보이고 적자를 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에서 보전해줄 것이라는 의존적 기대를 가진다. 이런 의존적 행태가 재정운영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➃무사안일이론: 무사안일은 책임회피, 피동성, 무관심, 무기력, 무소신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개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들은 낮은 동기부여, 모험회피성향 등의 개인적 요인과 함께 관리부서의 잦은 교체, 내부규제의 엄격성, 외부통제의 강화 등 조직적인 요인에 의해 신규업무에 소극적이고,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에 주력하며, 상관 지시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기 쉽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수준 및 영향 요인

도덕적 해이는 사익추구, 방만경영, 국가의존, 무사안일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총합이 곧 도덕적 해이 수준이 된다. 측정 결과, 우리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100점 기준으로 47.9점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평가하는 주관적인 인식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는 결코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없다. 도덕적 해이를 구성하는 요인별로 보면, 국가의존요인이 50.6점으로 나타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사익추구 49.1점, 무사안일 46.7점, 방만경영 45.3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덕적 해이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의 결과를 살펴보면 1점 기준으로 사익추구요인이 0.42점으로 가장 크며, 다음으로 무사안일요인 0.35점, 국가의존요인 0.25점, 방만경영 요인 0.15점의 순으로 나타난다. 연구결과만으로 보면,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대안의 설계에서 방만경영보다는 사익추구 및 무사안일 행태의 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을 겨냥해서 제시한 방만경영 유형은 매우 광범위하다. 연구논문이 체계적으로 구분한 도덕적 해이의 구체적 내용이 기업의 상황에서는 방만경영 안에 많은 것이 담길 수 있다. 광의의 방만경영에는 사적 이익 추구 및 무사안일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방만경영 척결 노력을 통해서도 도덕적 해이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수준 측정 및 영향요인 분석" (하혜수 외, 2015. 12), 한국비교정부학보 19권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