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 최대의 드럭스토어로 부상한 독일의 슈레커가 2012년 초 무리한 경영확장, 저임금의 종업원 착취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 등을 기반으로 성장한 결과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수의 소유주에 대한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와 종업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투명경영이 되어야 성공적인 기업으로 오래 지속된다는 반면교사를 보여주고 있다.
1967년 독일 남부의 도나우 강변주변에 위치한 소도시 에잉엔(Ehingen)에서 육류업자로 시작한 안톤 슈레커(Anton Schlecker)씨가 드럭스토어 소매업으로 업종 전환을 한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2000년대 말 유럽 전역에 걸쳐 1만 4천 개의 판매지점, 5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유럽 제일의 드럭스토어가 되었다. 그러나 2012년 초 매입대금을 갚지 못하여 결국 부도처리가 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으며, 2017년 3월 현재 당시 기업소유주였던 안톤 슈레커씨를 상대로 탈세, 횡령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혐의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1년 12월 독일의 유력 인터넷 일간지 슈피겔 온라인(Spiegel Online)에서 유동성 위기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슈레커란 회사는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말까지 기업의 성장이란 면에서 성공의 사례로 칭찬받았다. 1965년 아버지의 육류업을 이어받은 안톤 슈레커씨는 당시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고르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드럭스토어 소매업을 시작하였고, 1987년부터 유럽 곳곳에 슈레커 드럭스토어 소매지점을 열었으며, 2000년부터 온라인 홈쇼핑을 개시하여 상품의 거래품목도 10만 개에 달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슈레커 부부는 1988년 슈트가르트 주법원에서 임금지불에 대한 사기혐의로 10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종업원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특히 종업원에 대한 처우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후진국형 제도를 갖고 있었다. 가령 경영진은 기존의 지점을 폐쇄하고 근처의 대형 지점으로 전환할 경우, 이전 임금협약을 중지하고 동독에 위치한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하여 파견근무자로 임금협약을 전환하게 하는 꼼수를 자행하였다. 심지어 일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해 감시하고 화장실이 없는 지점을 운영하는 등 인본주의적 관점에서도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윤리적 경영방식은 2012년 이전에 기업의 도산이 기정사실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 자신의 손녀에게 80만 유로(약 10억 상당)의 불법기부를 행하는 등 비리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간혹 종업원의 열악한 처우와 임금삭감 그리고 편법을 동원하여 성장하는 기업들을 볼 수 있다. 사회적 지탄 뿐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적용을 받기 이전에 다음과 같이 기업인 스스로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기업이 저임금 등 종업원에 대한 착취를 기본으로 성장하는 것에서는 한계가 있으며 그보다는 경영의 효율화와 기술혁신에 중점을 두고 성장·발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급격한 성장보다는 오히려 종업원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로스맨이란 드럭스토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슈레커에 비해 시장점유율 면에서 뒤처졌지만, 종업원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과 경영의 합리화를 통해 슈레커의 폐쇄된 지점들을 인수하고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결국 기업이 소수 기업소유주의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와 종업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투명경영을 실천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이를 위한 일선에서의 경영원칙 준수 그리고 제도개선은 필수적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