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긴장하고 있던 사람도 같은 업무를 반복하면 점차 적응하고 일상에 젖어든다. 문제는 이것이 과해져 해이에 빠지게 되면 위기를 대비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임직원에게는 직무수행을 위한 권한이 부여된다. 이러한 권한에는 책임과 윤리적 소임이 따르는데, 해이에 빠진 사람은 이를 쉽게 무시하게 된다.
2017년 2월 코스트코에 설치된 5대의 ATM기기 중 3대에서 2억 3천여만 원의 현금이 도난당했다. 범행 대상이 된 ATM기를 관리하는 경비업체는 범행당일 ATM기의 ‘문열림’ 오류를 확인하고 이를 ATM기 관리 업체에 알렸으며, 바로 다음 날 해당 ATM 기기 관리 업체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관리업체가 다른 ATM기는 범행대상이 아니었던 점과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도 세 대의 ATM기에 ‘문열림’ 오류가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범인은 바로 경비업체 직원 두 명. 이들은 자사 ATM기를 노려 범행을 계획하고 일주일 전부터 예행연습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2년, I시 홈페이지에 경제청 청원경찰들이 해이에 빠져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I시 공무원이라 밝힌 그는 청원경찰들이 청사방호에 힘쓰지 않고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2011년 I시의 시장이 000 타워에 방문했을 때, 공무원들이 항의하는 민원인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한 것도 평소 태만했던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 슬며시 나타나 지문인식기를 찍어 부당하게 시간 외 수당을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I시 관계자는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일부의 잘못된 행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근무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장치로 인해 위험을 예방하고 있을 때는 그 중요성을 잊기 쉽다. 조금씩 해이해지고 방심하는 순간, 사고가 닥쳐온다.
2016년, 잡코리아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재난상황 교육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에 응한 사람 중 97%는 재난상황에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재직 중인 회사에서 재난 대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곳은 33.7%에 불과했다. 그나마 공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은 50% 정도가 교육을 시행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교육을 하지 않는 곳이 75.2%에 달했다.
K사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A씨는 발열 롤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평소 발열 롤 작업 시 먼지가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장갑을 끼지 못하게 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명백한 산재였지만, A씨는 과장 등의 묵인 아래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바로 일주일 전, 다른 동료 B씨의 손이 냉각 롤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고, 이 때문에 공장의 분위기가 날카로워 산재처리를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2016년, 7~10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단 한 건만이 산재 처리되었다.
경영진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면 방만경영이 발생하게 된다. 힘들게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보단 편법으로 주머니만 불리면 되기 때문이다.
2016년 말, 비나코민(베트남석탄광물공사)은 직원 4천 명을 정리해고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긴축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동시에 12만여 명의 직원을 위한 ‘광부의 날’ 기념 메달 제작에 700억 동(36억 2천만 원)이상을 투자하고, 기념 메달과는 별개로 직원들에게 100만~200만 동의 현금 보너스까지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비나코민 예산 집행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